추정 1940년대경, 독일군 ‘그린 데님 쇼트 재킷’입니다.
아주 특별한 아이템이 입고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영국군의 배틀 드레스라고 생각하고 손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앞뒤가 맞지 않게 되는, 참으로 신기한 한 벌입니다.
차례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원단입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영국군이 그린 데님이라 부르던 바로 그 능직입니다.
올이 촘촘한 두꺼운 코튼으로, 세월이 흐르며 놀라울 만큼 부드럽고 매끄럽게 무르익어 있습니다.
그런데 안쪽 앞여밈을 열면, 그곳에는 검은 잉크로 찍힌 숫자 스탬프가 나란히 있습니다.
모두 다섯 개의 수치를 세로로 늘어놓는 이 표기는, 제2차 세계대전기 독일군 야전복에서 익숙한 것입니다.
아쉽게도 숫자 자체는 흐려져 읽을 수 없지만, 이 배열 방식만큼은 틀릴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반대쪽 안쪽에는 무언가의 라벨을 꿰매 달았던 흔적만이 스티치 자국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원래 달려 있던 영국군의 라벨을 떼어 낸 자국일 것입니다.
그리고 앞단추에는 "EXTRA QUALITÉ"라는 각인이 들어간, 프랑스제로 보이는 것이 섞여 있습니다.
영국의 원단에 독일군의 스탬프.
프랑스의 단추가 여미고 있고, 영국의 라벨은 떼어져 있습니다.
한 벌 안에 세 나라가 함께 들어 있는 셈이지요.
설명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1940년 프랑스 함락 때, 대량의 영국군 장비가 대륙에 버려졌습니다.
그것들이 접수되어 원단으로 재이용된 사례는 알려져 있으며, 특히 Kriegsmarine, 그중에서도 U보트 승조원이 영국군의 데님 원단 상의를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제품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지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자료가 붙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한 벌이 무엇인지는 끝까지 수수께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만듦새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칼라입니다.
일반적인 배틀 드레스와 달리, 라펠이 제대로 젖혀지는 재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장교용 상의를 떠올리게 하는, 조금 격이 높은 목 부분이지요.
그리고 어깨에는 견장이 달려 있지 않습니다.
계급장을 다는 견장이 없는 덕분에, 군복 특유의 위압감이 깨끗이 빠져 있습니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현대의 스타일링에 놀라울 만큼 잘 녹아들 것입니다.
가슴에는 큼직한 플랩 포켓이 좌우에 하나씩 있습니다.
포켓 가운데에는 세로 주름이 잡혀 있어, 물건을 넣으면 아코디언처럼 펼쳐집니다.
그리고 이 제품의 백미는 그 봉제입니다.
단춧구멍을 들여다봐 주세요.
면사로 한 땀 한 땀 감친, 손바느질 단춧구멍입니다.
촘촘한 바늘땀, 살짝 흔들리는 가장자리의 선. 기계로는 결코 낼 수 없는 표정이 그곳에 있습니다.
겨드랑이 아래에는 국화 구멍식 벤틸레이션 홀이 뚫려 있습니다.
이것은 열과 땀을 내보내기 위한 통기 구멍으로, 둘레를 방사형으로 감친 모양이 국화꽃을 닮았다는 데서 그렇게 불립니다.
이것도 손으로 한 작업입니다.
게다가 안쪽의 재단 끝에는 원단의 식서가 그대로 쓰였습니다.
식서란 직기로 짜낸 천의 양 끝에 생기는, 올이 풀리지 않는 가장자리를 말합니다.
당시의 원단 폭을 그대로 살려 재단했다는 증거로, 한 장의 천을 남김없이 다 쓰려 했던 시대의 작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만큼 손작업의 흔적이 남은 제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전시의 물자 부족 속에서, 한정된 원단과 한정된 설비로 그래도 정성껏 마무리하려 했던 누군가의 손이 분명히 여기에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착용감 말인데요, 이것이 또 좋습니다.
데님 원단이면서도 팔십 년 동안의 착용과 세탁을 거쳐, 지금은 놀라울 만큼 낭창하게 떨어집니다.
뻣뻣함은 전혀 없고, 걸친 순간 어깨에 착 감겨 옵니다.
이 부드러움은 시간만이 줄 수 있는 것이지요.
컬러는 갈색을 머금은 올리브입니다.
군용품에 흔한 무거운 초록이 아니라, 햇볕에 바래 밝게 무르익은, 참으로 품위 있는 색조입니다.
데님에도, 검은 슬랙스에도, 흰 팬츠에도 어울립니다.
이 색의 넉넉한 품은 빈티지 카키만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장이 매우 짧으므로, 슬림한 팬츠와 맞춰 세로선을 강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안에 입는 옷의 기장을 길게 잡아 밑단으로 살짝 보이게 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사이즈 표기는 없지만, 일본 사이즈로 "M ~ L" 정도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장은 허리 위에서 끊기고, 몸판 너비와 암홀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오염, 쓸림, 올 풀림, 작은 구멍 등의 사용감은 있지만, 착용에 문제가 될 만한 큰 손상은 보이지 않아 아직 충분히 입으실 수 있습니다.
이 한 벌은 두 번 다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기술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것이 생겨나고 마는 상황 자체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원단에 독일의 규격.
프랑스의 단추로 여민, 이름 없는 누군가의 상의.
이 기묘한 한 벌의 다음 이야기를, 소중히 이어 주실 분께 건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